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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기 최고위전 도전 3국 (조훈현 vs 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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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1~25) 첫 타이틀전

일본 유학중이던 조훈현은 군대 문제로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 이후 한국바둑계에 복귀한 조훈현 5단(당시)은 제14기 최고위전에서 첫 타이틀 도전자로 나섰다. 조훈현의 첫 타이틀 도전을 받게 된 이는 김인 7단(당시). 김인 7단은 제12·13기 최고위전을 우승하며 최고위전 2연패 중이었다. 훗날 바둑황제에 오르게 되는 조훈현의 역사적인 첫 타이틀 획득 대국을 감상해보자.

8부터 23까지는 당시 유행하던 정석. 24는 두터우며 좌하 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방향착오였다. A 자리가 더 급했으며 이랬으면 백이 하변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었다. 흑이 25를 차지해선 흑이 기분 좋은 포석이다.

제2보(26~53) 실리확보

백에게 전보 ▲를 뺏기자 백이 하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김인 7단은 26으로 상변에 손을 돌려보지만 조훈현 5단은 이를 무시하고 27로 하변 공략에 나섰다. 28 대사(大斜) 정석에 조훈현 5단은 29~39로 발 빠르게 실리를 확보한다. 추후 조훈현의 전매특허로 불린 ‘속력행마’를 이때에도 확인할 수 있다. 49까지 흑이 실리로 크게 앞섰다. 백이 하변부터 우상까지 쌓은 백 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50·52는 흑의 안형을 없애기 위한 수. 하지만 53이 타계의 맥점으로 백이 공격의 기회를 놓쳤다. 50으로는 1도 1~4 교환 후 5로 파호(破戶)하여 흑의 근거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어야 했다. 9까지 백이 밑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근거가 없는 흑은 바깥으로 도망가야 한다.

53에서 백의 하변 공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제3보(54~74) 공격의 실마리

54 젖힘에 55·57이 실전적인 좋은 수이다. 59까지 모양을 잡아 흑이 타계에 성공한 모습. 조훈현 5단의 전광석화와 같은 타계가 돋보인다. 김인 7단은 64로 하변 공격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때 떨어진 65가 실수. 2도와 같이 안형을 정리한 뒤 11로 뛰어나갔으면 안전했다. 실전 66~73 교환 후 백이 74로 파호(破戶)해선 백이 공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제4보(75~97) 타계성공

78까지 흑의 근거가 없어졌다. 이에 조훈현 5단은 79로 들여다보며 타계에 나선다. 80은 ‘들여다보는데 이어주지 않는 바보는 없다’라는 바둑격언에 상통하는 수이다. 하지만 지금 백에게는 좀 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한 국면이었다. 80은 3도 1과 같이 변화해야 했으며 흑이 2·4로 응수할 수밖에 없을 때 5·7로 흑 석 점을 수중에 넣으면 부족한 실리를 만회할 수 있다. 실전은 흑이 81로 호구모양을 만들자 또 다시 공격이 쉽지가 않다. 84도 흑을 너무 쉽게 살려줬다. 4도 1로 패를 만들며 버텼어야 했다. 흑의 97이 좋은 맥점으로 흑이 타계에 성공한 모습이다.

제5보(98~127) 조훈현 시대의 서막

101에서 절대적으로 실리가 부족한 백에게 남은 희망은 상변 공격뿐이다. 104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승부수이다. 하지만 조훈현 5단의 107·109 반격이 날카롭다. 김인 7단의 124는 마지막 승부수이나 125·127 연타로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계속 진행한다면 5도 10까지 백이 안 된다. 5도를 확인한 김인 7단은 127에서 돌을 거두며 조훈현 5단에게 “조군은 오랫동안 최고위를 지킬 수 있겠지요”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과연 조훈현 5단은 이후 1981년 제20기 최고위전에서 서봉수 6단(당시)에게 최고위 타이틀을 빼앗기기 전까지 6연패를 달리며 조훈현 시대를 열게 된다. 조훈현 5단의 제14기 최고위전 우승은 조훈현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127수끝, 흑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