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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응씨배 결승 5국 (조훈현 vs 녜웨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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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1~38) 세기의 대결

1985년 9월 5일 오전 10시. 싱가폴 웨스틴 스템포드호텔의 특설 대국장에서 세기의 대결 결정국인 응씨배 결승 5번기 최종 5국이 벌어졌다. 돌가리기에서 흑백 선택권을 가져간 녜웨이핑 9단은 백을 선택했다.

조훈현 9단은 1·3·5 실리적인 포석으로 출발했다. 이에 반해 녜9단은 6의 높은 벌림에 이어 8~14까지 세력바둑을 구사하며 반대노선을 탔다. 양 대국자 서로의 기풍에 맞는 진행이다.

18은 19 침입을 각오한 공격적인 벌림이다. 20~27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진행.

녜9단의 28이 두터운 듯 보였으나 느렸다. 28로는 29자리에 내려서거나 1도와 같이 어깨를 짚어 세력을 키워가는 것이 더 좋았다. 조9단이 35로 발 빠르게 우변을 차지해서는 흑 우세.

36은 유장한 수. 37은 좋은 삭감이다. 38 또한 녜9단의 유연한 기풍을 엿볼 수 있는 수이다.

초반전은 조9단이 앞섰다.

제2보(39~73) 우세 확립

흑이 중앙에 뛰어든 낙하산은 39로 뛰어선 안전하다. 40은 멋진 한수였다. 애매하지만 막막하여 흑도 섣불리 둘 곳을 찾기 어렵다. 41~46까지는 기세의 진행.

47이 중앙 엷은 흑의 돌을 효율적으로 보강한 좋은 맥점이다. 61까지 흑이 손쉽게 타계되서는 흑 우세이다. 62는 큰 자리.

조훈현 9단이 63~73으로 날렵하게 백의 좌변을 파괴하자 흑의 승세가 확연하다.

제3보(74~93) 필승의 형세

국면은 좌변이 정리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좌변은 말이 ‘정리’이지 백의 입장에선 일방적으로 파괴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초반의 왕성하던 백 세력도 이제 와선 한낱 기둥뿌리만 남은 모습이다. 유일하게 하변에 세력이 남아있으나 중앙의 흑이 덩달아 두터워져 큰 기대를 걸지 못한다.

흑에게 승부의 추가 기울어져 갈 때 80이 추격의 기회를 놓친 실수이다. 80으로는 2도 1이 더 컸다. 흑이 4로 귀를 지켜야 할 때 우상귀로 손을 돌릴 수 있다. 훗날 A의 뒷맛 또한 노릴 수 있다. 실전 85가 집으로 크면서 추격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

86이 패착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실수. 87자리로 붙여서 흔들었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우상귀는 중요치 않다.

93까지 서로 깔끔하게 정리돼서는 흑 필승의 형세이다.

제4보(94~145) 바둑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

녜웨이핑 9단이 8점의 큰덤을 의식하여 시종 느릿하게 두었을까. 현재로선 백이 역전하기 쉽지 않은 형세이다.

녜9단이 94로 변화를 일으켜보지만 115까지 별무신통이다.

124가 옥쇄를 각오한 마지막 승부수이지만 145가 좋은 수로 바둑이 종료됐다.

조훈현 9단은 제1회 응씨배에 실질적으로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유일한 기사였다. 한 명이라는 숫적열세와 결승전 대국장소에서 오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승리한 조9단의 투혼은 바둑 역사에 길이 남았다. 또한 이 우승을 계기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게 된 것을 고려했을 때 역사적인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45수 끝, 흑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