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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응씨배 결승 4국 (유창혁 vs 요다 노리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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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1~32) 80만 달러 시리즈

우승 상금 40만 달러의 주인공을 가리는 제3회 응씨배 결승전은 유창혁 9단과 요다 노리모토 9단의 대결로 치러졌다. 당시 유창혁 9단과 요다 노리모토 9단은 80만 달러 시리즈를 벌이고 있었다. 80만 달러 시리즈란 당시 가장 상금이 큰 세계대회였던 응씨배(40만 달러)와 삼성화재배(40만 달러) 결승에 두 기사가 올라 도합 8번기를 벌인 것.

삼성화재배에 앞서 응씨배 결승이 먼저 벌어졌다. 유창혁 9단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결승 4국을 감상해보자.

초반은 모범포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하다. 12는 약간 느리다고 볼 수도 있으나 8점의 큰 덤을 의식한 안전운행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31까지 서로 튼튼하게 수비에 힘쓰고 있다. 유창혁 9단은 32로 뛰어들어 상변 침투를 결행한다.

제2보(33~57) 요처

33은 공격의 급소. 유창혁 9단은 34 맥점으로 수습한다. 35부터 42까지는 서로 기세의 진행. 43은 성동격서 전법의 응수타진이다. 상변 공격을 노리고 있다. 44가 실리를 탐한 첫 실수이다. 49 자리로 늘어 흑에게 리듬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엔 흑이 실착을 범한다.

47은 1도와 같이 1로 귀를 막았어야 했다. 어차피 백은 2로 뛰어나가는 정도인데 3~6을 교환하고 봤을 때 실전처럼 A 자리에 돌이 있을 필요가 없다. 53에서 백이 선수를 얻은 상황. 하지만 54가 완착이다. 유리하다고 보고 두텁게 둔 것이 요처를 지나쳤다. 57을 역으로 빼앗기자 집에서 밀린다.

54로는 2도 1로 하변의 요처를 차지했어야 했다. 9까지 실리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백이 상변에서 이득을 봤으나 하변의 요처를 놓치며 만만치 않은 형세이다.

제3보(58~97) 연속되는 완착

하변의 요처를 놓친 것을 의식한 유창혁 9단은 58의 큰 자리를 차지하며 실리의 균형을 맞추려 했으나 또 한 번의 뼈아픈 실착이었다.

58은 3도 1·3으로 중앙을 먼저 손봐 두는 것이 좋았다. 설상가상 71에 백72로 그냥 중앙으로 한 칸 뛴 수도 나빴다.

이 수로는 4도 1로 치받고 뛰는 게 좋았다. 실전은 흑이 75로 들여다본 다음 77로 파헤치는 자세가 너무 기분 좋다. 이제 백은 82로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 흑83·85로 계속 하변이 삶을 종용하게 되면서 은근히 중앙에 담벼락을 자꾸 쌓게 돼서는 상변 백의 근거도 확실치 않아 백이 더욱 괴롭게 됐다. 더구나 하변 백은 아직도 근거가 확실치 않아 살아야 된다는 부담까지 안고 있어 흑의 우세로 돌아선 느낌이다.

하지만 국면을 잘 풀어가던 요다 9단이 실착을 범한다. 89~97이 의문수이다. 5도 1로 단수친 뒤 5로 빵따냄하여 △ 패를 버텼으면 백이 곤란했다. 백이 6·8로 연결할 수는 있으나 흑 9로 눌러가는 것이 기분 좋다. 97이 큰 끝내기임은 사실이나 시기상조였다.

제4보(98~128) 승부수

유창혁 9단이 100으로 하변 흑 한점을 때려냈다. 이에 요다 9단이 하변에서 기수를 돌려 101로 씌워 상변 백 대마의 응수를 물어왔다.

그러자 유창혁 9단이 기다렸다는 듯 102로 한칸 뛰어 103을 강요한 뒤 104로 자리를 잡자 백이 안정된 모습이다.

사실 101로는 6도 1의 방향이 더 좋았다. 2에는 3으로 같이 뛰어나가며 공격한다. 좌중앙쪽 두터움이 하중앙쪽 두터움보다 영양가가 더 있다. 111에 112는 한판 붙어 보자는 유창혁 9단의 승부수.

요다 9단은 형세가 충분하다고 보고 113으로 물러선다. 덕분에 백이 약간의 이득을 취했다. 128까지 미세한 국면이다.

제5보(129~146) 패착

미세한 형국에서 떨어진 29가 실착이다. 이수로는 A가 정수였다. 그랬으면 서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미세한 국면이었다.

31~35가 요다 9단이 노리던 콤비네이션이었지만 별게 없었다. 39로 흑이 하변을 차지하여 이득을 본 듯 보이지만 40~·42에 이은 44·46이 날카롭다. 흑이 47로 나갈 수밖에 없을 때 48·50으로 파고들자 흑의 모양이 무너졌다.

백이 승세를 잡은 모습. 그래도 아직까지 승부가 완전히 결정되었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63이 마지막 희망을 놓친 패착이다. 7도 1·3으로 백 한 점을 잡는 것이 컸다. 66·68로 백에게 막혀서는 승부를 뒤집기 어려운 형국이다.

제6보(171~289) 한국 3연패 달성

이후 진행은 이미 승부가 결정되어 큰 의미가 없다. 반면으로 비슷해진 형세이다. 이후 100수 넘게 더 진행되다가 289수 만에 유창혁 9단이 5점승을 거두고 대망의 응씨배를 품에 안았다.

시상식장에 제3회 응씨배 우승자로 유창혁 9단이 선언됐을 때 응원 나온 교민들의 벅찬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창혁 9단, 만세! 만세!, 만세!”

289수끝, 백 5점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