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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기 명인전 도전 4국 (서봉수 vs 조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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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1~33) 청년 도전자

“조선생님이 좀 피곤하시게 생겼네.”

1972년 3월 17일 열린 제4기 명인전 도전자 선발리그 최종국에서 서봉수 2단(당시)에게 패한 김인 7단(당시)이 만 19세의 2단 도전자를 맞이할 조남철 8단(당시)의 부담감부터 먼저 떠올린 것이다.

서봉수 2단은 본선리그를 6전 전승으로 마감하고 도전권을 손에 넣었다. 본선에 오르기 전, 1·2차 예선전서 거둔 5연승을 포함하면 무려 11전 전승의 파죽지세였다. 프로기사 생활이라야 고작 1년 반에 불과했던 이 청년은 이로써 아버지뻘인 당대의 거장 조남철 8단과 최정상 자리를 놓고 마주 앉게 됐다.

도전 1·3국을 승리하며 조남철 8단을 막판으로 몰아넣은 상황에서 벌어진 도전 4국을 감상해보자. 평온한 느낌의 포석에서 서봉수 2단의 20이 이채롭다. 일반적인 정석은 A 혹은 29 자리이다. 20으로 둔탁하지만 강렬하게 철주를 내린 서봉수 2단의 패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24에서 25·27은 기세의 진행이다. 33까지 초반부터 쌍방의 기세가 충돌하며 혼전의 조짐이 보인다.

제2보(34~54) 방향착오

서봉수 2단이 34로 뛰어나가며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린다. 41이 힘 있는 행마이다. 42 역시 기세의 한 수. 43이 조남철 8단의 호수였다.

52까지 흑이 선수로 두터운 벽을 쌓았다. 흑에게 상변 백을 공격할 좋은 기회가 왔다. 53이 백을 공격하며 우변에 집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방향착오였다.

1도 1이 올바른 공격의 방향이었다. 백이 2로 나오려고 해도 3으로 백을 봉쇄할 수 있다. 4에는 5로 추격한다. 상변 백 대마가 죽지는 않겠지만 크게 공격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이 54로 뛰어나오자 안형이 생기면서 숨통이 트였다.

제3보(55~65) 반상최대

흑이 55로 공격해보지만 공격의 강도가 전보의 1도보다 약하다. 61에서 서봉수 2단은 당장 대마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고 62를 차지하는 배짱을 부린다. 중앙 대마는 안전했지만 사실 62보다 더 급한 자리가 있었다.

2도 1이 반상최대의 자리이며 가장 급한 요처였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조남철 8단이 63·64 교환 후 65 맥점을 터트린다.

제4보(66~104) 대마공격

66·68은 백의 최강수이다. 흑은 당장 3도 1~9까지 삶이 보인다. 하지만 조남철 8단은 69~73으로 손을 돌려 중앙 공격에 다시 나선다. 먼저 중앙에서 이득을 본 후 좌변을 살겠다는 작전이다.

서봉수 2단이 이 의도를 모를 리 없다. 74~79 교환 후 80으로 좌변 폭탄을 제거하자 순식간에 형세가 백에게 기울었다. 이제는 흑이 중앙 대마를 잡지 못하면 좌변 손해를 만회하기 어렵다. 조남철 8단은 81부터 87까지 맹공격한다.

언뜻 백이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 떨어진 서봉수 2단의 88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만약 흑이 4도 1로 받는다면 2~4까지 흑이 잡힌다. 흑이 89로 뚫을 수밖에 없을 때 백이 90으로 내려서자 대마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104까지 완생(完生)이다.

제5보(105~176) 최단기간 우승

조남철 8단이 105로 큰 자리를 차지하며 추격해보지만 좌변에서 백에게 너무 큰 실리를 허용했다. 갑자기 승리가 눈에 보여 흔들렸을까. 107의 응수타진에서 서봉수 2단의 108·110이 괜한 강수였다. 108은 109 자리에, 110은 116 자리로 참아둘 곳이었다. 111부터 127까지 절묘한 수순으로 흑이 좌변에서 살아선 다시 형세불명이다.

백도 흑에게 하변 집을 허용하면 불리하다. 130이 서봉수 2단의 승부수.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나온 조남철 2단의 131이 결국 패착에 멍에를 쓴 실수였다. 131로는 5도 1로 버텨야 했다. 백도 쉽사리 삶을 장담하지 못한다.

실전은 132가 결정타로 150까지 백이 연결돼서는 승부가 결정됐다. 새로 탄생한 서봉수 명인은 19세 3개월의 나이로, 입단한지 1년 8개월 만의 우승이라는 대기록들을 세웠다. 이후 최연소 부문은 이창호(14세)에 의해 경신됐지만 최단기간 부문은 45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남아 있다.

176수끝,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