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38) '한국 실전류' vs '일본 미학' |
한국의 조훈현 9단과 이창호 5단(당시)이 탈락하며 한국은 서봉수 9단만이 생존한 상황. 4강에서 일본 일인자 조치훈 9단을 꺾고 올라온 결승에는 ‘미학’ 오타케 히데오 9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봉수 9단과 오타케 히데오 9단이 격돌한 제2회 응씨배 결승전은 '한국 실전류'와 '일본 미학'의 정면 대결이었다. 세련되고 우아한 일본 미학은 모양의 아름다움이 수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잡초바둑’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는 서봉수식 실전류는 실전적 효능을 따질 뿐이다. 승부는 극적이었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이 대결 이후 일본 미학은 저물고 한국 실전류가 세계바둑을 장악하게 된다. 20까지 평온한 진행. 21은 50의 자리가 더 좋았다. 흑이 23으로 양날개를 펼쳐보지만 24부터 38까지의 백 타계가 좋아 백이 약간 편한 포석이다. |
제2보(39~64) 욕심 |
오다케 9단의 44가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행마이다. 서봉수 9단은 45~49로 실리를 챙긴 후 51~57로 백 하변을 삭감하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다케 9단의 58이 좋은 감각이자 두터운 수로 여전히 백이 편한 국면. 이에 서봉수 9단은 주도권 전환을 위해 59~61로 강하게 부딪쳐간다. 62는 기세의 단수. 이때 떨어진 서봉수 9단의 63이 욕심이었다. 63은 1도 1로 참아둔 후 5까지 선수교환한 뒤 7로 백을 공격했어야 했다. 백이 64로 빵때림하자 순식간에 흑이 엷어졌다. |
제3보(65~89) 대실착 |
백이 빵때림을 얻자 흑의 우변이 약해졌다. 아니다 다를까, 백이 바로 66으로 뛰어들자 흑 고전이다. 68이 좋은 맥점이며 70·72 이단젖힘이 강수이다. 오다케 9단이 손바람을 내고 있다. 73·75 단수 후 꽉 이은 77이 대실착이다. 77로는 2도 1 호구연결이 정수이며 3으로 실전처럼 연결했을 때 A의 자리에 단점이 있는 실전과 큰 차이가 난다. 한 수를 손해 봤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실수였다. 81은 기세의 한 수이지만 84의 곳이 더 좋았다. 82·84 선수 교환 후 86으로 흑 한 점을 잡아서는 백의 우세가 확연하다, 비세에 빠진 서봉수 9단은 89로 응수타진하며 암중모색에 나선다. |
제4보(90~108) |
90의 반격은 절대이다. 만약 3도와 같이 1로 흑 한 점을 잡으면 4까지 백이 포위를 당해 좋지 않다. 4도 1 또한 4까지 백이 분단돼 곤란하다. 흑은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91·93으로 백을 끊어가 결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94로 오히려 끊겨서 흑의 고전이다. 105까지 96 한 점을 잡은 것 같이 보이지만 5도 1의 뒷맛이 남아있어 우변 흑은 아직 살아있지 않다. 106이 오다케 9단의 회심의 한 수이지만 5도 1로 즉시 뒷맛을 결행했으면 흑이 더 곤란했다. 3까지 패가 발생하는데 백은 106으로부터 시작되는 팻감이 무수히 많다. 108까지 여전히 백의 우세. |
제5보(109~160) 흔들기 |
흑이 9로 연결을 꾀하지만 이미 흑 모양이 약해졌다. 그 약점을 10이 잘 찔러간 듯 보이지만 실은 공연한 손찌검이었다. 14로 가만히 호구를 쳐놓았으면 흑의 하변과 중앙이 동시에 약해 백에게 즐거운 국면이었다. 오다케 9단이 11 반격을 예상하지 못한 듯 보인다. 19까지 다시 어려워졌다. 26이 급소 일격이다. 흑이 27·29로 하변을 살아야 하는 것이 불운. 30으로는 133 자리에 두어 흑 다섯 점을 잡는 것이 쉬웠다. 흑 33으로 살려나와 흑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다. 50으로 뛰어나와 여전히 흑이 고전이다. 서봉수 9단의 51·53·55가 집요한 추격이다. 56을 기다려 57로 반격하며 국면을 최대한 흔든다. 백의 60 패 해소는 절대이다. 백이 우변 패를 지면 우하귀 백 대마가 몰살당한다. 중앙 백 대마가 위태로워 보인다. |
제6보(161~219) 흔들기 |
서봉수 9단이 61로 꼬부려 백 대마 사냥에 나섰다. 62·64 교환 후 두어진 66이 묘수이다. 70으로 늘었을 때 83 자리의 끊기는 단점을 축으로 방어하고 있다. 71은 우변 패를 이용한 이득수단. 우변은 잡혔지만 79를 선수로 활용할 수 있다. 81까지 서봉수 9단은 최대한으로 버텨간다. 이때 떨어진 82가 오다케 9단의 통한의 패착이다. 이수로는 6도 1~5로 상변을 차지했으면 백이 무난히 이기는 코스였다. 182는 하변 흑에게 연결을 강요하는 선수의 의미로 둔 것이지만 흑이 중앙 백을 먼저 잡으면 연결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183이 결정타. 이수로 중앙 백대마의 숨통이 끊겨있으며 흑의 하변 대마가 백 중앙 대마보다 수가 더 많다. 흑이 191이 차지해선 6도와 비교했을 때 백이 상변을 안두고 하변을 둔 격이라 천지차이가 난다. 우승상금 40만 달러의 주인공은 서봉수 9단에게 돌아가게 됐다. 누군가의 말대로 공포와 전율의 한판이었다. |
218수 끝, 흑불계승 |